[할리데이비슨과 함께하는 장준영 여행기] 2025년의 새로운 경험을 위한 준비

장준영칼럼니스트 입력 2024.12.30 16:07 조회수 59 0 프린트
강원도 태백의 운탄고도는 과거 석탄을 나르던 길이다. 사진은 운탄고도에서 만날 수 있는 도롱이연못.

이제 벌써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2024년이 저물어가는 연말의 한겨울이 되었다.

2024년을 돌이켜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때로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듯하다가 또 때로는 시간이 너무 안가는 듯한 스펙타클한 일년이었다. 반면, 바이크라이프를 시작한지 8년이 넘었지만 의외로 나의 라이딩 스타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연간주행거리가 예전보다는 확연히 줄어든 정도가 2~3년전과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다. 

라이딩 스타일과 경험이 쉽게 달라지지 않은 이유를 생각해보면, 라이딩 경험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인 바이크와 동료가 모두 큰 변화가 없어서 였다고 생각한다. 

첫째, 바이크의 장르에 따른 활동반경, 주행능력의 차이.

바이크는 그 장르마다 목적이 다르고 그렇다 보니 장거리주행능력, 험로주파능력, 가속력, 주차 용이성, 연료통의 크기, 유지관리비 등이 모두 다르다. 내가 그동안 하루에 400~500km에 달하는 장거리 주행을 부담 없이 다닐 수 있었던 건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라는 투어링바이크의 특성 때문이었다. 대신 내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는 험로주파능력이나 주차용이성은 다른 바이크들에 비해서 상당히 떨어지기 때문에 항상 포장도로와 주차가 용이한 장소를 중심으로 다녔었다.

이런 코스의 한계를 극복하고 싶은 이유로 올해 트라이엄프의 스크램블러 400X를 새로 기추한 것이다(완납은 했지만 아직도 출고가 늦어지고 있는 넘이다. 결국 눈 내리는 한겨울에 출고되게 생겼다).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400X는 할리데이비슨 투어링의 거의 대척점에 있는 바이크다. 배기량이 할리 투어링의 4분1이 채 되지 않고, 무게는 절반도 되지 않으며 그만큼 덩치도 비교적 컴팩트(시트고는 높지만 폭이 좁다)해서 험로에서도 다루기 쉽고, 골목길도 무난히 갈 수 있으며, 거의 경차의 주차공간을 필요로 하는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에 비해서 주차도 용이한 바이크다. 

요약하면 최저지상고가 낮고 무거운 할리데이비슨은 험로에 들어가면 감당이 어렵고 파손의 위험이 큰 반면, 스크램블러는 높은 최저지상고와 가벼운 무게, 듀얼퍼포즈 타이어 등으로 가벼운 임도는 비교적 편하게 주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 선택하긴 했는데 아직 타 보지를 못했다 (나는 지금까지 세대의 바이크를 구매하면서 한번도 시승을 해보지 않고 샀기 때문에 나도 스크램블러가 할리에 비해서 어떤 단점이 있는지 아직 모르는 점은 이해해 주시라).

스크램블러를 기추했지만 장거리 포장도로 투어는 압도적으로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가 유리하기 때문에 앞으로 중장거리는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 단거리 또는 임도코스는 트라이엄프로 다녀오는 모양새가 되겠다.

둘째, 라이딩 버디들의 취향과 경험의 공유에 따른 차이

라이딩 경험의 가장 큰 차이를 만드는 요소는 역시 ‘사람’이다. 나도 처음 할리데이비슨에 입문했을 때에는 제법 많은 그룹라이딩을 함께 했었다(지금도 240명 정도 규모의 밴드 운영진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10대 이상의 바이크가 이동하는 대규모 그룹라이딩에는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4~6명 정도의 마음 맞는 라이더들과 라이딩을 즐기다가 코로나 이후에는 솔로라이딩 중심으로 다니게 되었다(주말에 타지 않는 내 라이딩 특성상 주중에 장거리투어를 함께 할 수 있는 라이더는 많지 않다). 아무래도 사람이 많으면 에피소드도 많다.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이들이 모여서 다니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을 하기도 하지만 반면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목적지를 선택하기 때문에 코스자체는 밋밋한 경우도 많았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라이딩 규모는 3~5대 정도의 컴팩트한 투어다. 서로 마음이 맞고 취향이 비슷한 라이더들이 달리면 매주 새로운 코스를 경험하고, 서로 숨겨둔 맛집을 알게 되는 매력이 있다. 대규모 투어는 보통 로드마스터(투어팀의 리더)가 코스를 정하고 식당도 정하는데 나름 구성원 대부분이 불만이 없을 코스난이도와 메뉴(?)를 선택하기 때문에 의외로 다양성이 별로 없는 반면 입이 까다롭지 않은 3~5명의 친구들이라면 전국 방방곡곡의 맛집과 멋진 코스를 알게 되는 장점이 있다.   

2024년은 나를 비롯해서 많은 분들에게 힘든 한 해였을 것이다.  이번 호는 여행기(?)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이번 호가 나오는 2025년은 구독하시는 라이더 모두 새로운 즐거운 경험으로 채워지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하며, 한겨울 몸과 바이크의 건강 잘 챙기시기를 바란다.   

[초보라이더가 다녀올 수 있는 가벼운 임도코스]
이번에 장준영 씨가 추천하는 임도코스는 초보자도 다녀올 수 있을 정도지만 스크램블러 바이크 또는 듀얼퍼포즈 타이어를 장착한 클래식바이크를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맹동저수지 (충북 음성군 맹동면 통동리)
맹동 저수지 임도.

충북 음성의 맹동저수지를 둘러싼 호반코스다. 길이는 14km 내외(반쪽만 도는 경우)이고 나머지 반쪽은 나도 아직 가보지 않아서 모른다. 하지만, 내가 다녀온 저수지의 동편코스는 길이 좁지만 노면이 평탄해서 초보 오프로드 라이더라도 주행이 가능하다. 다만, 다른 임도코스들이 중간에 살짝살짝 이벤트구간(실수하면 견적이 발생하는)이 있는 반면에 이 코스는 시작부터 끝까지 비단임도라 초급이상의 라이더들에게는 밋밋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크게 다르지 않아 단조롭다).
 
맹동 저수지 임도 경로.


홍천 두미리임도 (강원 홍천 서면 두미리 723-2)
두미리 임도

홍천 서면 두미리에서 개야리로 이어지는 짧은 임도다. 길이는 4km를 조금 넘는 정도로 매우 짧지만, 경치가 좋다. 다만, 코스 중반인 두미리관광농원 주변부터 경사가 제법 있고 흙이 쓸려 내려간(지난 폭설 때문이 아닌가 싶다) 돌길이 있는데 요 이벤트 구간을 잘 통과해야 한다. 시작과 끝은 만만한 편이다. 코스의 고저차이가 있는 만큼 경치는 좋다. 코스는 두미리에서 개야리로 넘는 것보다 개야리에서 두미리로 넘어가는 것이 조금 쉬운 편이다(돌길을 내리막으로 통과할 수 있다). 코스를 통과하고 나서 가까운 황금박쥐캠핑장에서 커피 한잔을 하며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다. 

황금박쥐캠핑장 (강원 춘천 남산면 홍천강변길 476)
황금박쥐캠핑장

두미리임도 건너편에 있는 카페로 주인장도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다. 캠핑장과 카페를 겸하고 있기에 부지가 제법 넓다.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겨울철에는 손님이 적은만큼 회전율이 좋은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음료가 무난하다). 두미리임도의 이벤트 구간을 통과하고 나면 초보 임도라이더들은 살짝 진땀이 날 수 있는데 그럴 때 쉬어 가기 좋다.  봄/여름/가을에는 로얄엔필드, 두카티 등과 이벤트행사를 하기도 한다.

운탄고도 5길 (강원 정선군 사북읍 하이원길202)
늦가을의 운탄고도 5길

화절령(꽃꺼끼재)에서 도롱이연못과 1177갱도, 운탄고도 쉼터를 지나 만항재로 나오는 코스다.  운탄고도의 다른 코스들은 아직 답사를 하지 못해서 코스의 난이도를 모르지만 5길은 스크램블러 바이크로 다녀오기 어려움이 없다(비교적 만만하지만 타이어는 듀얼퍼포즈 타이어를 끼우는 것을 추천한다). 이미 자전거를 비롯해서 많은 라이더들이 다녀온 코스인데, 라이딩하면서 좌우경치를 볼 여유가 없이 헉헉대면서 올라가는 자전거에 비해서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은 멋진 경치를 오롯이 감상하며 오를 수 있다 (MTB 자전거로 이 코스를 오르셨던 분들은 모터사이클로 다시 한번 가보시기를 추천한다. 경치가 보인다). 물론, 이미 눈이 내리기 시작한 이제는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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